반박을 견딘 ‘가설’만이 타당성을 갖추고 ‘이론’으로 남는다.
"경험치가 쌓여야 비로소 차트가 눈에 보인다."
흔히 차트 매매(기술적 분석)를 옹호하는 이들이 전해 내려오는 불변의 진리처럼 반복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고도로 포장된 논리적 오류이자, 합리적 반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어기제에 불과하다.
1. 암묵지와 형식지의 딜레마
어떤 기술이나 지식이 객관적인 타당성을 얻으려면, 개인의 내면에 머물러 있는 '암묵지'를 누구나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 '형식지'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어떤 매매법을 타인에게 명확한 규칙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과학이나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이나 감각의 영역이다. 형식화되지 않은 지식은 통계적 검증이 불가능하며,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은 곧 그것이 허구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음을 뜻한다.
2. 입증 책임의 전도와 무적의 방패
논리학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입증 책임'이 주장을 제기하는 쪽에 있다는 점이다. "외계인은 존재한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그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은 주장하는 본인이지 반대파가 아니다. 그러나 차트 매매의 세계에서는 이 책임이 기묘하게 전도된다.
매매법대로 수행했음에도 손실이 발생하면, 그 원인은 매매법의 오류가 아니라 언제나 학습자의 '경험치 부족'이나 '시장 이해도 미숙'으로 귀인한다. 이는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는 모든 반박을 원천 봉쇄하는 무적의 방패가 된다.
반박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주장만이 과학적 타당성을 갖는데, 차트 매매는 반증을 시도하는 것조차 '경험 없는 자의 성급한 일반화'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3. 신앙의 영역으로 추락한 매매법
"경험치가 쌓여야 눈에 보인다"라는 말은 "믿음이 깊어져야 신이 보인다"라는 종교적 명제와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결국 차트 매매가 도달하는 종착지는 과학이 아닌 신앙이다. 신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나의 신앙심 부족 탓인 것처럼, 차트의 추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나의 매매 경험 부족 탓이 된다.
결과가 좋으면 '매매법의 위대함'이 되고, 결과가 나쁘면 '인간의 숙련도 미달'이 되는 이 편리한 순환 논리 속에서 차트 매매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성역을 구축한다.
입증 책임을 회피하고 반증 가능성을 차단한 지식은 결코 올바른 지식이라 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차트를 보는 눈이 아니라 냉철한 회의주의다.
- 차트 매매의 전제: 차트 매매는 흔히 '경험치가 쌓여야만 눈에 보인다'고 주장된다.
- 형식화의 한계: 개인의 경험(암묵지)을 누구나 검증 가능한 언어(형식지)로 설명하지 못하면 타당성을 검증할 수 없다.
- 반박의 원천 차단: 검증이 불가능하므로 매매법 자체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이 허용되지 않는다.
- 책임 회피의 수단: 오류나 실패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 '경험치 부족'을 핑계 삼아 주장의 허점을 회피한다.
- 입증 책임의 전도: 본래 입증 책임은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쪽(매매법을 주장하는 쪽)에 있다.
- 과학적 검증의 부재: 과학은 반증을 견뎌낸 주장만이 타당성을 갖는데, 차트 매매는 반증 자체를 차단한다.
- 결론 (종교화): 결국 "경험치가 쌓여야 보인다"는 논리는 "믿음이 쌓여야 신이 보인다"는 종교적 신앙 고백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