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도서관

정치가 궁지에 몰리면 외교가 커진다. 최근 흐름을 보면 트럼프의 입지는 예전처럼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강세 지역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패배가 나오고, 강경한 이민 단속 과정의 인명 사고는 도덕성 논쟁으로 번졌다. 지지율이 흔들리는 와중에 대법원의 관세 제동까지 더해지면 ‘경제 성과’로 방어하던 논리도 약해진다. 여기에 이란과의 전면 충돌 가능성까지 커지면 전쟁이 결집 효과를 만들기보다 책임론으로 돌아올 위험도 있다.

이럴 때 선택되는 카드가 대외 협상이다. 전쟁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협상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문제는 성과의 크기보다 ‘이벤트 효과’가 크다. 실제 비핵화 진전이 미미하더라도 회담 자체만으로도 외교적 돌파구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국내 정치의 약세를 외교 이슈로 덮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시장의 관점에서는 내용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협상이 갑자기 재개된다면 그것은 한반도 리스크의 완화 신호라기보다 미국 정치 일정의 압박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외교 이벤트는 종종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시간을 벌기 위해 등장한다. 그래서 뉴스의 방향보다 ‘왜 지금인가’를 먼저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인 해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