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를 때 짐이 많고 경사가 가파르면, 작은 헛발 하나가 훨씬 더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만든다. 투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짐을 가볍게 하려고 목돈이 아닌 분할매수를 추천하는 바이다. 그래야 땅을 굴러도 덜 다친다.
시장이 급등할수록 현금은 비겁한 선택처럼 보인다. 오르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은 수익을 내는 도구가 아니라 선택권을 지키는 수단이다. 가격이 흔들릴 때 현금은 판단을 늦출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반대로 모든 자산이 투자돼 있으면 선택은 줄고 대응은 늦어진다. 큰 손실은 잘못된 종목보다 잘못된 타이밍에서 나온다. 현금을 들고 있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장이 방향을 강요할수록 현금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주식 매수를 단계로 나누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1) 정찰
처음엔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상황을 보고, 흐름을 익히고, 내가 생각한 논리가 맞는지 시험한다.
(2) 소화
수익이나 변동을 겪어본다. 올라도 흔들리지 않고, 내려와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많은 판단이 걸러진다.
(3) 확신
데이터와 경험이 쌓였을 때 비중을 늘린다. 이때의 확신은 감정이 아니라 검증의 결과다.
투자는 정찰 없이 확신으로 가면 도박이 되고, 소화 없이 비중을 늘리면 탈이 난다.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아직 배가 얼마나 찰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한 번에 큰 통을 사서 먹다가 배탈이 나면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하지만 작은 컵으로 조금씩 사 먹으면,
• 괜찮으면 더 먹고
• 이상하면 멈출 수 있다.
이미 주식에 들어간 1,000만 원은 이미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이다. 새로 생긴 500만 원을 한 번에 다 넣는 건 배부를지 모르는 상태에서 큰 통을 더 사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씩 나눠서 사는 건 문제가 생기면 멈출 수 있게 만드는 안전한 선택이다. 그리고 돈을 다시 꺼낼 때 회수율도 더 높다.
농작물을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이미 밭에 씨를 어느 정도 심어 둔 상태다.
여기에 남은 씨앗을 한 번에 다 심으면 날씨가 안 좋거나 병이 돌면 전부 망할 수 있다.
게다가 수확기에 농작물이 한꺼번에 많이 나오면 시장에 물량이 넘쳐 제값도 못 받고 손해 보고 팔아야 한다.
그래서 농부는 씨를 나눠서 심는다. 수확 시기를 나누면,
• 망할 위험도 줄고
• 한꺼번에 값이 폭락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주식도 같다. 한 번에 사는 건 운에 맡기는 거고, 나눠서 사는 건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중에 팔 때 회수율도 더 높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좋은 음식은 급하게 먹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소화하면서 먹는다.
투자도 똑같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종목이라도 한 번에 크게 사면 가격 변동에 민감해져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시간을 둔다. 조금 사고, 시장 반응을 보고, 수익이 소화되는 걸 확인한 뒤 다시 투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손실을 견디는 내성도 키운다.
투자는 배부르게 먹는 게 아니라 탈 없이 소화하면서 오래 먹는 과정이다. 최종적으로 대식가가 아니라 미식가가 되어야 한다.